[이아침에]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몇 번의 퇴고를 거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표지까지 정하고 나니 비로소 책을 낸다는 실감이 났다. 첫 책이라 출판기념회를 조촐하게라도 하고 싶었다. 남편과 함께 추천받은 몇 곳을 직접 방문해서 밥을 먹어보고 분위기도 비교한 후 A 센터로 정했다. 높은 천장과 화사한 조명이 마음에 들었다. 은퇴 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자주 티격태격하던 우리는 오랜만에 의견일치를 본 셈이다. 장소를 정하니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내가 속해 있는 ‘재미 수필협회’의 도움으로 초청장과 순서지를 만들었다. 수필가 선배들께 축사와 격려사를 부탁했다. 사진을 배운 친구들이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축하 연주를 부탁하니 흔쾌히 해준다는 분이 계셔서 분위기가 한층 빛나게 되었다. 반주자로 기타리스트분도 소개받았다. 내가 다니는 미술 교실 선생님은 식탁마다 예쁜 센터피스 꽃을 만들어 선물해 주었다. 화사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행사장에 걸 배너를 찾아오니 내 이름 석 자가 반짝인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내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듯싶다. 감개무량했다. 내 책을 응원해 주는 지인들이 모인 즐거운 잔치였다.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방명록을 읽으며 분에 넘치는 축하와 격려에 취해도 보았다.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좋다. 그분들의 응원하는 마음을 내 마음속 깊이 간직하련다. 앞으로 글쓰기에 농땡이 부리지 않고 좋은 글로 보답하리라 다짐했다. 나 혼자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여러분의 도움으로 매끄럽고 아름다운 행사가 됐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처럼 때때로 외롭고 힘들지만 ‘모든 것이 서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를 가슴 깊이 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따뜻한 시간이었다. 감사하다. 역사상 최악이라는 LA 큰 산불로 어려운 중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훈훈한 분위기의 행사를 마치니 행복했다. 축하 연주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하려고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기타 반주하신 분이 밑줄까지 쳐가며 읽었다고 책을 보여주셨다. 나는 내게도 드디어 열렬한 팬이 생긴 양 흥분했다. 내 책의 운명이 혹시라도 라면 냄비 받침이 되는 거 아냐 싶었는데, 큰 수확이다. 단 한 명이라도 공감을 해주는 독자가 있으면 글을 계속 쓰고 싶은 게 글 쓰는 이의 마음일 것이다. 새해 결심으로 한 달에 수필 한 꼭지를 꼭 써야지 마음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으나 학생 때 버릇 환갑이 지났어도 여전하다. 책상 정리만 하고 있다. 최숙희 / 수필가이아침에 출판기념회 재미 수필협회 수필가 선배들께 감사 인사